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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뇌경색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5년 전, 고기라곤 거의 입에 대지 않던 저희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뇌졸중이라는 질환이 저에게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삶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가장 먼저 살펴봤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 이야기를 드립니다.
뇌경색과 뇌출혈, 뭐가 다른 건지 헷갈리셨다면
뇌졸중(Stroke)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으면 뇌졸중인지 뇌졸증인지부터 헷갈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확한 진단명은 '뇌졸중'이고, 그 안에 뇌경색과 뇌출혈이 모두 포함됩니다. 두 개가 별개의 질환인 줄 아시는 분들도 꽤 계신데, 뇌졸중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두 종류가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뇌경색(Cerebral Infarction)은 뇌로 향하는 혈관이 막혀서 뇌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혈관 안에 혈전, 즉 피떡이 생겨 혈류가 차단된 상태입니다. 반면 뇌출혈(Cerebral Hemorrhage)은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 안이나 주변으로 혈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둘 다 뇌로 가는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은 같지만, 원인이 정반대입니다.
일반적으로 뇌출혈이 더 무서운 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사망률은 뇌출혈이 조금 더 높습니다. 하지만 발병률을 보면 뇌경색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출처: 질병관리청의 뇌졸중 통계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의 약 75~80%가 뇌경색에 해당합니다. 즉 '더 흔하게 우리 주변을 위협하는 건 뇌경색'이라는 뜻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 통계 안에 계셨던 거고요.
뇌졸중의 전조 증상은 입꼬리, 웃음, 손, 발음, 시선으로 기억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를 발음했을 때 한쪽 입꼬리가 처지거나, 팔을 앞으로 뻗으면 한쪽에 힘이 안 들어가거나, 발음이 갑자기 어눌해지거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심해야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어지러움과 구토가 주 증상이었는데, 뇌혈관이 어디가 막혔느냐에 따라 증상이 워낙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기준을 꼭 기억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 뇌경색: 혈관이 막혀 뇌 조직에 혈류 공급 차단 → 발병률 높음
- 뇌출혈: 혈관이 터져 뇌 안으로 혈액 유출 → 사망률 상대적으로 높음
- 전조 증상 기억법: 이(입꼬리) · 웃(웃을 때 비대칭) · 손(한쪽 힘 빠짐) · 발(발음 어눌) · 시선(한쪽 쏠림)
- 증상 발생 즉시 119 연락 → 가까운 뇌졸중 센터로 이송
위험인자 관리와 골든타임, 채식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1년 식사의 90% 이상이 채소류였습니다. 육류는 거의 드시지 않으셨고, 주변에서도 건강하게 드신다는 말을 들으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뇌경색이 왔습니다. 나중에 여쭤보니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고지혈증 소견을 받으셨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 약을 따로 드시진 않으셨던 겁니다.
고지혈증(Hyperlipidemia)이란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보다 높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섭취되는 양보다 간에서 자체 합성되는 양이 더 많기 때문에, 채식을 하더라도 유전적 요인이나 대사 문제가 있으면 수치가 높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건강하게 먹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오히려 정기 검진 결과를 가볍게 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뇌졸중의 주요 위험인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심방세동입니다. 여기서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이란 심장의 위쪽 두 방인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의 일종입니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심장 안에서 혈액이 고이고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워지는데, 이 혈전이 뇌혈관으로 이동하면 뇌경색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약 5배 높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위험인자가 복합적으로 쌓이기 때문에, 나이 자체도 수정 불가능한 위험인자로 꼽힙니다.
골든타임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급성 뇌경색 치료에서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약 4시간 30분 이내입니다. 이 시간 안에 뇌졸중 센터에 도착해야 정맥내 혈전용해술(IV-tPA)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맥내 혈전용해술이란 막힌 혈전을 녹이는 약을 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경우에 따라 동맥내 혈전제거술도 시행하는데, 이는 카테터를 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직접 끄집어내는 시술입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이 두 가지 치료 모두 적용이 어려워집니다.
저희 어머니가 극초기 뇌경색으로 진단받고 특별한 시술 없이 항혈전제와 고지혈증 약 처방만으로 3일 만에 퇴원하신 건 정말 빠르게 움직인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 상황이 너무 심각해 보였는데, 의료진은 "이렇게 일찍 오셔서 다행"이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항혈전제와 고지혈증 약을 꾸준히 드시면서 정기적으로 병원 추적관찰을 받고 계십니다. 자의로 약을 끊으면 뇌경색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약은 절대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뇌졸중이랑 뇌경색이 같은 말인가요?
A. 같은 말이 아닙니다.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입니다. 흔히 혼용해서 쓰지만, 뇌경색은 혈관이 막혀 생기는 것이고 뇌출혈은 혈관이 터져 생기는 것으로 원인과 치료 방향이 다릅니다. 1분만 찾아보면 바로 정리되는 개념인데, 이 차이를 모르면 정작 본인이나 가족에게 증상이 나타났을 때 판단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Q. 채식을 해도 뇌경색이 올 수 있나요?
A. 저희 어머니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콜레스테롤은 음식 섭취보다 간에서 자체 합성되는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채식을 하더라도 유전적 요인이나 대사 이상이 있으면 고지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식단 관리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위험인자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으므로,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혈중 수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훨씬 확실합니다.
Q. 뇌졸중 골든타임이 정확히 얼마나 되나요?
A. 증상 발생 후 약 4시간 30분 이내가 정맥내 혈전용해술을 적용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간을 넘기면 혈전을 녹이는 약물 치료나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시술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증상이 의심되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즉시 119에 연락해 가까운 뇌졸중 센터로 이송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뇌경색 약을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환자의 상태와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항혈전제나 고지혈증 약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장기 복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임의로 끊으면 혈전이 다시 생겨 뇌경색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현재까지 꾸준히 약을 드시며 추적관찰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약 복용 여부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결론
뇌졸중은 '나쁜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오는 병'이 아닙니다. 저희 어머니를 보며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건강검진에서 나온 수치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고지혈증 소견을 수년간 받으셨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고, 결국 그것이 뇌경색으로 이어졌습니다. 조기에 관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당장 두 가지를 하시길 권합니다. 첫 번째는 국가건강검진을 빠짐없이 받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수치를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상 소견이 나왔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전조 증상을 지금 외워두는 것입니다.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당황해서 아무 생각도 안 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증상이 의심되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119를 누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