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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하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요즘은 백내장·녹내장 수술을 안 하신 분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수술로 삶의 질이 올라가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제가 여러 사례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언제 하느냐"가 "하느냐 마느냐"만큼 중요하다는 거였습니다. 진단을 받은 것과 지금 당장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백내장 유병률, 왜 40대부터 급증했나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백내장은 70대 이후의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40대 환자가 매일 안과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백내장 환자 수는 약 160만 명으로, 최근 5년 사이 18%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40~49세 구간은 26만 명에서 33만 명으로 27%나 늘었습니다. 연령대별 유병률(특정 질환을 가진 인구의 비율)을 보면 40대가 11%, 50대 35%, 60대 71%, 70세 이상 94%, 80세 이상은 사실상 100%에 달합니다. 여기서 유병률이란 전체 해당 연령 인구 중 실제로 그 질환을 가진 사람의 비율을 뜻합니다.
왜 이렇게 젊어졌을까요. 가공식품 증가로 인한 당뇨·비만, 그리고 근시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두 가지 핵심 원인입니다. 근시(Myopia)란 먼 곳이 잘 안 보이는 굴절 이상으로, 안구 축이 길어지면서 수정체에 부담을 주고 백내장 발생 시점을 앞당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태블릿 PC 학습이 보편화되면서 소아 근시가 급증한 것도 앞으로 백내장 연령대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흡연과 음주 역시 수정체 노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조절력이 살아 있을 때 서두르면 안 되는 이유
제가 여러 사례를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경우가 "별로 불편하지도 않은데 주변에서 다들 한다니까" 하고 수술을 결정한 케이스였습니다. 특히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아직 조절력이 살아 있는 시기에 서두르면 기대와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절력(Accommodation)이란 눈이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 사이를 스스로 전환하며 초점을 맞추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수정체가 자체적으로 렌즈 역할을 해주는 힘입니다. 문제는 현재 노안 백내장 수술이 이 조절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수술 후 시력은 대략 47세 수준의 조절 상태로 돌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40cm 이내 근거리, 40~80cm 중간 거리, 80cm 이상 원거리 사이사이에 여전히 초점이 맞지 않는 구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각막 변화입니다. 각막은 콜라겐 섬유로 이루어져 있어 나이가 들수록 모양이 서서히 변하고 난시(Astigmatism) 축이 바뀝니다. 난시란 각막이 완전한 구형이 아니라 럭비공처럼 특정 방향으로 굴절이 달라져 상이 번지거나 겹쳐 보이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40대부터 누워 있던 난시 축이 세워지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하는데, 너무 이른 시기에 렌즈를 고정해 버리면 이후 각막 변화가 시력 저하로 직결됩니다. 특히 다초점 렌즈는 단초점 렌즈보다 난시 변화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더 큽니다.
- 조절력이 남아 있는 40대 후반~50대 초반은 수술 만족도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음
- 노안 백내장 수술 후에도 40cm 이내 근거리는 돋보기가 필요한 경우가 있음
- 각막 난시 변화로 인해 이른 수술 후 시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음
- 다초점 렌즈는 난시에 특히 예민하므로 렌즈 선택 전 조절력 측정이 필수
렌즈 선택, 지금 결정이 평생을 좌우한다
백내장 수술은 한 번 하면 끝입니다. 수술 후 내 눈 속에 들어간 인공수정체(IOL, Intraocular Lens)가 평생 동안 세상을 보는 창이 됩니다. 여기서 인공수정체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삽입하는 인공 렌즈를 뜻합니다.
렌즈 기술의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핵심입니다. 난시 교정용 토릭 렌즈(Toric IOL)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2005년 이후이고, 지금 많이 사용되는 연속초점 렌즈(Extended Depth of Focus, EDOF)는 2019년에야 상용화되었습니다. EDOF란 기존 다초점 렌즈의 단점인 빛 번짐을 줄이면서도 넓은 초점 범위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렌즈입니다. 현재 연구 중인 렌즈들 중에는 실제 수정체처럼 근거리와 원거리를 자유롭게 전환하는 방식도 있어, 몇 년 안에 또 다른 기준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렌즈 선택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변수는 망막 질환입니다. 출처: 미국안과학회(AAO)에 따르면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은 60세 이후 급격히 발생률이 높아집니다. 황반변성이란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되어 중심 시야가 흐려지거나 왜곡되는 질환입니다. 만약 수술 후 황반변성이 생기면 다초점 렌즈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녹내장이 중기 이상으로 진행되면 다초점 렌즈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미래 변수를 감안하지 못한 채 너무 이른 시기에 렌즈를 확정해 버리면, 단초점 렌즈보다도 못한 시력으로 남은 생을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해야 하나 — 수술을 권하는 기준
"백내장 진단 = 즉시 수술"이라는 공식은 없습니다. 반대로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것도 위험합니다. 경계가 어디냐가 핵심인데, 결국 일상생활 침해 여부가 가장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낮에도 시야가 뿌옇고, 야간 운전이 무서워서 포기하거나, 좋아하던 독서가 두통 때문에 불가능해졌다면 수술을 늦출 이유가 없습니다. 빛 번짐, 복시(한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현상), 눈의 피로 누적도 마찬가지입니다. 60~70대임에도 눈이 안 보여서 활동량이 줄고, 집에만 있게 되고, 거기서 우울증이 시작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눈 하나 때문에 전반적인 삶의 질이 무너지는 겁니다. 그럴 때는 자녀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80세가 넘어서까지 수술을 미루는 것도 위험합니다. 고령이 되면 본인의 시력이 나쁘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수술 난이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10분이면 끝날 수술이 한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폐쇄각 녹내장처럼 응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면 → 즉시 상담 후 수술 진행, 불편하지만 생활이 가능하다면 → 렌즈 기술 발전을 고려해 시기를 조율, 80세 이상이고 아직 수술을 안 했다면 →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반드시 안과 방문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백내장 진단을 받았는데 바로 수술해야 하나요?
A. 진단 자체가 즉각 수술의 신호는 아닙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시기를 조율하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다만 80세 이상이거나 야간 운전 포기, 독서 불가 수준이라면 더 이상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40대인데 백내장이 왔다고 합니다. 노안 수술도 같이 하면 좋은가요?
A. 40대 후반이라도 아직 조절력이 살아 있다면 노안 백내장 수술의 효과가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안과에서 조절력 범위를 직접 측정한 뒤, 눈의 나이가 47세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Q. 다초점 렌즈와 단초점 렌즈 중 어떤 게 더 좋은가요?
A. 어떤 렌즈가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초점 렌즈는 더 넓은 초점 범위를 제공하지만 난시 변화에 예민하고 빛 번짐이 생길 수 있습니다. 향후 황반변성이나 녹내장이 생길 경우 다초점 렌즈가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어, 망막 상태와 각막 난시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 부모님이 잘 보인다고 하시는데 수술을 권유해도 될까요?
A. 80세 이상 어르신들은 시력이 나쁜 것을 "나이 들면 원래 이런 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잘 보인다고 하셔도 시력이 0.3 이하인 경우가 있으므로, 자녀 분이 직접 안과에 모시고 가서 객관적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백내장 수술은 시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다 한다고, 병원에서 해도 된다고 했다고 바로 결정하기보다는 내 조절력이 어느 수준인지, 각막 난시가 안정적인지, 망막 상태는 어떤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렌즈 기술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한 번 심은 인공수정체는 평생 바꾸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불편함을 너무 오래 참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눈 때문에 활동이 줄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우울감이 쌓이는 상황이라면 수술 자체가 삶 전체를 바꾸는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안과를 다니며 상담을 받고, 본인의 눈 상태에 맞는 시기를 찾는 것입니다. 한 군데 의견만 듣고 결정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수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