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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열이 나고 입 안에 뭔가 나기 시작하면 부모 입장에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이게 수두야, 수족구야?" 일 겁니다. 이름도 비슷하고, 발진이 나온다는 것도 비슷하니까요. 저도 어릴 때 수두를 앓은 적이 있는데, 20대 중반에 갑자기 옆구리에 대상포진이 터지면서 그때서야 수두가 단순히 지나가는 병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 두 질환, 생각보다 훨씬 다릅니다.
수두와 수족구, 이름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병입니다
혹시 두 병을 같은 계열로 생각하고 계셨나요? 원인 바이러스부터가 완전히 다릅니다.
수두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에 의해 발생합니다. 여기서 VZV란, 한 번 감염되면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이 떨어지는 시점에 대상포진으로 다시 활성화되는 헤르페스 계열의 바이러스입니다. 제가 25살에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옆구리에 두드러기가 올라왔을 때, 병원에서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습니다. 엄마한테 물어보니 유치원 때 수두를 앓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감염된 바이러스가 약 20년 가까이 제 몸속에 조용히 있었던 겁니다.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고 나서야 증상이 빠르게 가라앉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항생제가 아니라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 병이라는 게요.
반면 수족구는 콕사키 바이러스(Coxsackievirus) 혹은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 계열이 원인입니다. 엔테로바이러스란 장(腸)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여러 혈청형이 존재해 같은 시즌에도 다양한 종류가 동시에 유행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족구는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면역이 완전히 생기지 않아, 이론적으로 반복 감염이 가능합니다.
전염 경로도 완전히 다릅니다. 수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비말(飛沫), 그리고 직접 접촉으로 전파됩니다. 전파력이 매우 강해서 유치원에서 한 명이 걸리면 금방 집단 발병으로 이어지고, 실제로 저도 유치원이 잠깐 문을 닫을 만큼 유행했을 때 옮았다고 합니다. 수족구의 경우 침, 콧물 같은 호흡기 분비물도 경로가 되지만,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대변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장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회복 후에도 대변에서 최대 한 달 가까이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안심하고 손 씻기를 소홀히 하면 그게 바로 전파 경로가 되는 거죠.
- 수두 원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 / 전염 경로: 비말·직접 접촉
- 수족구 원인: 콕사키 바이러스·엔테로바이러스 계열 / 전염 경로: 비말·대변·접촉
- 수두는 완치 후 VZV가 체내 잠복 → 훗날 대상포진으로 재활성화 가능
- 수족구는 회복 후에도 대변에서 약 한 달간 바이러스 검출 가능
수족구 예방법과 아이가 아플 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
수족구가 걸렸을 때 가장 힘든 게 뭔지 아시나요? 특효약이 없다는 겁니다. 수두는 그나마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을 수 있고 백신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족구는 현재 국내에 상용화된 백신이 없고, 치료도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의존합니다. 대증요법이란 원인을 직접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이나 발열 같은 증상 자체를 줄여주는 치료 방식입니다. 성인이 수족구에 걸리면 진통제를 처방하고 집에서 쉬라는 말이 전부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이들은 상황이 좀 다릅니다. 손발의 발진은 진통제로 어느 정도 관리가 되지만, 입 안에 수포(水疱)가 생기면 아파서 아예 먹질 못합니다. 수포란 피부나 점막 위에 생기는 물집을 말하는데, 입 안쪽에 생기면 음식이 닿을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아이가 하루 이틀 동안 거의 아무것도 못 먹는 상황이 되면 탈수 위험이 생기고, 이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해집니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탈수에 훨씬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실제로 효과가 있는 방법이 아이스크림입니다. 차갑고 부드러운 음식이 입 안의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줘서 칼로리를 조금이라도 섭취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미음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줄 때도 따뜻하게 데우기보다 시원하게 식혀서 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제 경험상 아프면 무조건 따뜻한 걸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수족구만큼은 예외입니다.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손 씻기입니다. 수족구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유행하는 이유는, 엔테로바이러스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전파가 활발해지고 물놀이나 실내 놀이 시설에서 손 접촉이 잦아지기 때문입니다. 출처: 질병관리청에서도 수족구 예방의 핵심으로 올바른 손 씻기를 첫 번째로 꼽습니다. 특히 아이 기저귀를 갈아줄 때 대변을 통한 접촉이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우리 아이만 안 아프면 돼"라는 생각으로 부모 자신의 위생을 놓치면 결국 아이를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육아를 하면서 느낀 건데, 아이를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은 부모의 손입니다.
수두 백신은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으로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어 있고, 생후 12~15개월에 1회 접종이 이루어집니다. 생백신이란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하게 만들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입니다. 예방 효과는 70~80% 수준으로 보고되며, 출처: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에 따르면 1회 접종 후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 사례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2회 접종의 필요성을 두고 국내에서도 꾸준히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돌파감염이란 백신 접종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족구랑 수두가 증상이 비슷한데 어떻게 구별하나요?
A. 발진이 나타나는 위치가 가장 큰 힌트입니다. 수두는 전신에 퍼지는 발진이 특징이고, 수족구는 이름 그대로 손·발·입 주변에 집중됩니다. 다만 수족구가 입에만 나타나는 경우도 약 15~20%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유행 시기와 접촉 이력을 함께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판단이 애매하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세요.
Q. 수족구는 다 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전염되나요?
A. 네, 조심해야 합니다. 수족구의 원인인 엔테로바이러스는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대변에서 최대 한 달 가까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기저귀 교체나 화장실 사용 후 손 씻기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Q. 수족구에 걸린 아이에게 뭘 먹여야 하나요?
A. 칼로리 공급이 최우선입니다. 입 안이 아프기 때문에 차갑고 부드러운 음식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시원하게 식힌 미음 같은 음식이 좋고, 따뜻한 음식은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 이상 거의 먹지 못한다면 탈수 위험이 있으므로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Q. 수두 백신을 맞았는데도 걸릴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수두 백신의 예방 효과는 약 70~80% 수준으로, 접종을 했어도 돌파감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1회만 접종한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감염 사례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걸린 적이 있다면 평생 면역이 생긴 것으로 봐서 추가 접종은 필요 없습니다.
Q. 어른도 수족구에 걸리나요?
A. 걸립니다. 아이를 돌보다가 감염되는 사례가 실제로 꽤 있습니다. 어른은 증상이 단순 구내염이나 단순포진과 헷갈릴 만큼 애매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진단이 더 어렵습니다. 치료는 마찬가지로 진통제 처방과 휴식이 전부이지만,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론
수두와 수족구, 이름 앞자리 한 글자만 같을 뿐 원인 바이러스도, 전염 경로도, 예방 방법도 전혀 다른 병입니다. 수두는 VZV라는 헤르페스 계열 바이러스가 원인이고 백신이 있지만, 수족구는 엔테로바이러스 계열이 원인이고 아직 상용화된 백신이 없습니다. 제가 직접 대상포진을 앓고 나서 느낀 건, 어릴 때 지나간 감염이 수십 년 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수족구 예방의 핵심은 손 씻기 습관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잡아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뭘 더 먹여야 하나"보다 "내가 먼저 손을 잘 씻고 있나"를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케어하는 사람이 건강해야 아이도 지킬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