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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되면 재채기에 콧물에 눈까지 퉁퉁 부어서 외출이 고역인 분들,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막연하게 "알레르기니까 약 먹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게 꽤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2025년 국제 임상지침이 바뀌면서 그 생각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먹는 약보다 코에 뿌리는 복합제가 먼저라는 게 이제는 공식적인 지침입니다.
국제지침이 바뀌었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나
저는 봄가을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심하게 오는 편이라 안약은 항상 처방받아 두고, 코 증상에는 동네 병원에서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왔습니다. 병원에서도 "알레르기라 어쩔 수 없고, 심할 때 약 먹으세요"라는 말이 전부였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게 최선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025년에 ARIA(Allergic Rhinitis and Its Impact on Asthma) 지침이 업데이트됐습니다. 여기서 ARIA란 알레르기 비염이 천식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국제 임상 가이드라인으로, 유럽 알레르기 학회(EAACI)와 공동으로 만들어지는 전 세계 의료 현장의 기준점입니다(출처: 유럽 알레르기 임상면역학회 EAACI). 이번 개정에서 핵심은 단순합니다.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 단독이 아니라, 여기에 항히스타민제를 섞은 복합 스프레이를 처음부터 1차 치료제로 쓰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에는 먹는 항히스타민제를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지침은 그 인식을 정면으로 바꿨습니다. 경구 항히스타민제(먹는 알레르기약)보다 비강 내에 직접 작용하는 복합 스프레이가 염증 억제와 증상 완화 두 가지를 동시에, 그리고 더 빠르게 잡는다는 근거가 명확히 정리된 것입니다.
비강분무 복합제, 먹는 약과 뭐가 다른가
솔직히 저도 처음엔 "코에 뿌리는 약이 먹는 약보다 낫다고?"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납득이 됩니다. 비강 점막에서 시작되는 알레르기 반응을 코 안에서 직접 막는 것과, 위장을 거쳐 혈류를 타고 전신에 작용하는 것은 속도도 다르고 효율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Intranasal Corticosteroid, INCS)란 코 점막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분무해 국소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단독 INCS 제품은 하루 한 번 꾸준히 뿌려서 1~2주 누적 효과로 증상이 잡히는 구조라, 갑자기 증상이 터진 날에는 효과를 바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제가 그동안 코 스프레이를 써봐도 "오늘은 별로 안 낫는 것 같은데" 싶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반면 비강분무 스테로이드+항히스타민제 복합제는 구조가 다릅니다.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의 작용을 차단하는 성분입니다. 이 두 성분이 함께 들어 있으니, 염증은 스테로이드가 잡고 콧물·재채기·눈 가려움은 항히스타민 성분이 빠르게 억제합니다. 현재 처방 가능한 복합제로는 딜라스틴, 리알트리스, 모테손플러스, 나자플렉스 네 가지가 있으며, 효과는 동등 수준입니다(출처: Cochrane Library — 알레르기 비염 체계적 문헌 고찰).
이번 지침에서 또 하나 명확하게 정리된 점이 있습니다. 눈 가려움 증상의 경우에도 먹는 항히스타민제를 강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코에 뿌리는 복합제가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코와 눈은 비루관으로 연결되어 있어, 코 점막의 염증 반응이 가라앉으면 눈 증상도 함께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저처럼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같이 오는 경우에는 이 부분이 특히 반가운 내용이었습니다.
안전성에 대한 걱정, 이렇게 정리됩니다
복합제라고 하면 "성분이 두 개니까 더 위험하지 않나"라는 걱정이 드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침은 장기 안전성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습니다. 비강 내 국소 적용이기 때문에 전신 흡수량이 매우 낮고, 먹는 항히스타민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졸음 같은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소아에게도 안전하다고 지침에서 명시하고 있습니다.
- 딜라스틴 —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비강분무 복합제
- 리알트리스 — 딜라스틴과 유사한 성분 구성의 복합 스프레이
- 모테손플러스 — 국내 제약사 개발, 모메타손+아젤라스틴 복합
- 나자플렉스 — 국내 제약사 개발, 모테손플러스와 동일 계열 성분
실제로 써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제 경험상 알레르기 증상이 가장 힘든 건 갑작스러움입니다. 감기처럼 서서히 나빠지는 게 아니라, 꽃가루가 날리는 날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그 즉시 눈이 가렵고 재채기가 터집니다. 그 순간에 먹는 약을 꺼내서 먹어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30분 이상 걸리고, 그사이에 이미 눈을 비벼서 결막염이 심해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복합 스프레이는 이 부분에서 확실히 다를 수 있습니다. 노출 직후 코에 바로 뿌릴 수 있고, 항히스타민 성분이 점막에서 즉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응 속도 자체가 빠릅니다. 가방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저 같은 경우에도 작은 스프레이 하나만 들고 다니면 안약과 먹는 약을 따로 챙길 필요가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 약들은 전문의약품으로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없으니 병원 방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용법도 중요합니다. 코를 가볍게 푼 뒤 노즐을 코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향하게 넣고, 약을 분사하면서 코로 숨을 들이쉽니다. 노즐을 뺀 후 5초간 숨을 참고 입으로 내쉬면 됩니다. 반대쪽도 동일하게 진행하고, 사용 후 노즐과 덮개 안쪽을 닦아주는 것이 위생 관리에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는 어쩔 수 없이 참고 약 먹는 수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어쩔 수 없음'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치료 방법을 몰랐던 것도,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도 포함해서요. 이번 지침 변경은 단순한 약 바꾸기가 아니라, 알레르기를 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강분무 스테로이드, 장기간 써도 괜찮나요?
A. 스테로이드라고 하면 무서울 수 있는데, 비강 내 국소 적용이라 전신 흡수량이 매우 낮습니다. 2025년 ARIA 지침에서도 장기 안전성을 명확히 확인했고, 소아에게도 사용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먹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기준으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Q. 딜라스틴, 리알트리스, 모테손플러스 중 어떤 걸 써야 하나요?
A. 네 가지 복합제의 효과는 임상적으로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어떤 제품이 더 우월하다기보다, 담당 선생님과 상의해서 처방받는 게 맞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는 본인이 어떤 성분에 더 잘 반응하는지 써봐야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눈 가려움이 주 증상인데 코 스프레이가 도움이 되나요?
A. 이번 ARIA 지침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입니다. 코와 눈은 비루관으로 연결되어 있어 비강 점막의 염증 반응이 잡히면 눈 가려움도 함께 줄어듭니다. 저처럼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눈약만 쓰는 것보다 코 스프레이를 병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Q.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나요?
A. 딜라스틴, 리알트리스, 모테손플러스, 나자플렉스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반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봄철 시작 전에 미리 병원 방문해서 처방받아 두는 게 현실적으로 편합니다.
결론
저는 오랫동안 알레르기 증상이 오면 먹는 약을 먼저 찾았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도 딱히 다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그냥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국제 임상지침이 먹는 약보다 코에 뿌리는 복합제를 더 앞에 놓는다는 게, 막연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전 세계 의료 현장의 기준이 됐다는 점은 꽤 유의미한 변화입니다.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분들이라면, 올해는 가까운 병원에서 비강분무 복합제에 대해 한번 물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특히 먹는 약만으로 증상이 잘 안 잡히거나, 눈 가려움까지 함께 오는 경우라면 선택지가 더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