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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암의 3분의 2는 운이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무서웠습니다. 아무리 건강하게 살아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병이라는 뜻이니까요.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 후 재건까지 이어지는 환자들을 직접 보면서, 이건 단순히 '세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매번 다시 느낍니다.
유전적 위험인자와 과잉진단 사이에서
유방암이 다른 암보다 '유전'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BRCA1, BRCA2라는 유전자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BRCA1·BRCA2란 정상적으로는 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역할을 하는 종양 억제 유전자인데, 이 유전자가 태어날 때부터 하나가 망가진 채로 있으면 나머지 하나만 고장 나도 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흔히 'Two Hit Theory(이중 돌연변이 이론)'라고 부르는 개념으로, 두 벌 중 하나가 이미 결함이 있으니 그만큼 암 발생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입니다.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BRCA1 변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무조건 위험한 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나 자매, 할머니처럼 가까운 여성 가족 중 유방암 또는 난소암을 앓은 분이 있다면, 유전상담과 BRCA 유전자 검사를 한 번쯤 고려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접하는 환자들 중에도 가족력을 뒤늦게 떠올리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잉진단(overdiagnosis)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잉진단이란 평생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고 사라질 암을 검진을 통해 발견해버리는 상황을 말합니다. 유방암 중 약 4분의 1은 발견하지 않아도 환자의 생존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고, 이런 경우 발견 자체가 오히려 불필요한 치료와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젊은 층의 유방암 진단이 늘었다는 뉴스도 검진율이 높아진 영향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검진이 해롭다"는 쪽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검진을 통해 비교적 초기에 발견되어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는 분들도 분명히 있고, 제가 직접 본 환자들 중에서도 정기검진 덕분에 초기에 발견해 비교적 수술 범위가 작았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무조건 많이 검사하거나 검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나이와 가족력, 유전적 위험도를 전문의와 상담해서 검진 주기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유방암 선별검사의 이점과 과잉진단 위험을 모두 고려해 개인 맞춤형 접근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IARC (국제암연구소)). 유방암에서 특히 유전적 위험인자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바로 이 맞춤 접근의 출발점이 유전정보이기 때문입니다.
- BRCA1·BRCA2 변이가 있으면 유방암·난소암 발생 위험이 일반 여성 대비 현저히 높아집니다
- 어머니, 자매, 외할머니 등 직계 여성 가족 중 유방암·난소암 병력이 있다면 유전상담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과잉진단 우려는 실재하지만, 이것이 검진 자체를 포기할 이유는 아닙니다. 개인별 위험도를 기준으로 검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 유방 세포는 생리 주기마다 여성 호르몬의 반복적 자극을 받으므로 돌연변이 발생 기회가 다른 조직보다 많습니다
맞춤형 치료가 바꾸는 것들 — 수술실 바깥의 이야기
유방암 치료는 무조건 항암 치료를 받는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꽤 다릅니다.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형은 암세포 표면에 여성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어서, 여성 호르몬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킬 수 있습니다. 이 치료를 호르몬 차단 요법이라고 하며, 항암 치료 없이 이것만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여기서 온코타입 DX(Oncotype DX)라는 검사가 등장합니다. 암 조직에서 RNA를 추출해 21개의 특정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하고, 재발 위험 점수를 산출하는 검사입니다. 쉽게 말해, 이 환자의 암이 항암 치료를 해야 낫는 타입인지 아닌지를 분자 수준에서 판별하는 도구입니다. 이 검사 덕분에 불필요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크게 줄어들었고, 그 의미는 수치 이상입니다.
제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유방암 수술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방 절제술(breast cancer removal) 이후 유방 재건술(reconstruction)을 함께 진행하는 환자들을 많이 봤는데, 수술 직후 배액관(drain)을 4~5개씩 달고 병실에 올라오는 분들의 표정은 통증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암의 위치나 범위에 따라 nipple(유두)을 보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한쪽은 nipple이 있고 반대쪽은 없는 상태로 거울을 처음 마주하는 그 순간이 환자에게 얼마나 힘든 시간인지, 병실에서 옆에 있다 보면 어느 정도는 느껴집니다.
재건 이후에도 보형물에 염증이 생겨 제거하고 다시 넣는 과정을 반복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경험을 직접 보고 나면 "생존율"이라는 숫자 하나로 유방암 치료의 결과를 말하는 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이 달라진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 심리적 회복까지 치료의 일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신 연구 쪽으로 눈을 돌리면, mRNA 암 백신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기존 백신이 병원체 감염을 사전에 막는 예방 목적이었다면, 이 mRNA 암 백신은 이미 생긴 암을 치료하는 목적입니다. 환자 본인의 암 조직에서 DNA를 분석해 정상 세포와 다른 변이 부위를 찾아내고, 그 정보를 담은 RNA 서열을 체내에 주입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스스로 인식하고 공격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최근 췌장암 임상시험에서 90% 이상의 반응률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고(출처: NCI (미국 국립암연구소)), 비용과 규제 문제가 남아 있지만 방향성은 굉장히 주목할 만한 수준입니다. 제
자주 묻는 질문
Q.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저도 꼭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반드시 모든 분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머니·자매·외할머니처럼 가까운 여성 가족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앓은 분이 있다면, 유전상담 전문의와 한 번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BRCA1·BRCA2 변이 여부에 따라 검진 주기나 예방적 조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상담을 받고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Q. 유방암 검진을 너무 자주 받으면 오히려 해롭다는 게 사실인가요?
A. 과잉진단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암을 발견해 불필요한 치료와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검진을 아예 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나이와 가족력, 유전적 위험도를 고려해 전문의와 검진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Q. 유방암 수술 후 재건술은 꼭 해야 하나요?
A. 재건술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하지만 수술 후 신체 변화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재건을 선택합니다. 암의 위치와 범위에 따라 nipple 보존 여부가 달라지고, 재건 방식도 보형물 삽입부터 자가 조직 이식까지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수술 전 담당 외과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Q. mRNA 암 백신은 지금 바로 맞을 수 있나요?
A. 아직은 임상시험 단계입니다. 췌장암 등 일부 암종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비용 문제와 각국의 규제 승인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환자 개개인의 암 유전정보를 분석해 맞춤 제작하는 방식이다 보니 비용도 상당합니다. 현재로서는 임상시험 참여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며,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결론
병원에서 유방암 환자들을 직접 보면서 제가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 암을 100% 막을 방법은 없고, 전체 암의 상당 부분이 복제 오류라는 운과 관련돼 있다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가족 중 유방암이나 난소암을 앓은 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유전상담을 받아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나이와 위험도에 맞는 검진 주기를 전문의와 함께 정하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