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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저는 "그냥 자궁에 혹 하나 있는 거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오랜 병원 기록을 따라가다 보니,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이름만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질환이었고, 방치했을 때의 결과도 전혀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엄마 곁에서 지켜보며 공부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 뭐가 다른 건가요?
저희 엄마는 제가 태어나기 직전에 자궁근종이 발견됐습니다. 임신 중 유산기가 있어 입원했다가 검사에서 나온 결과였는데, 당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일단 아이를 낳고 수술하자"고 했고, 실제로 저를 자연분만으로 낳은 직후 근종 3개를 절제하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게 그냥 "혹 제거 수술"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제대로 들여다보니 자궁근종(uterine fibroid)과 자궁선근증(adenomyosis)은 발생 원리부터 다릅니다. 자궁근종이란 자궁 근육층의 일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경계가 비교적 뚜렷한 혹이 자궁 안팎에 자라는 형태입니다. 반면 자궁선근증이란 원래 자궁 안쪽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 속으로 파고드는 질환으로, 혹처럼 덩어리가 생기는 게 아니라 자궁벽 자체가 전반적으로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염증이 동반됩니다.
그래서 초음파로 봤을 때도 인상이 다릅니다. 근종은 "저기 혹 하나 있네요"처럼 명확히 짚어낼 수 있지만, 선근증은 자궁 전체가 비대해진 모양이라 경계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두 질환 모두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치료 방향은 꽤 달라집니다. 제가 이 차이를 뒤늦게 알았을 때 "왜 진작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아픈 병인지 몰랐습니다 — 자궁선근증 증상
엄마가 생리 때마다 얼마나 힘들어하셨는지, 제 눈으로 수도 없이 봤습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낫질 않아서 그냥 이불 속에서 하루를 보내시는 날이 많았고, 생리량이 워낙 많아서 "하혈하는 것 같다"고 표현하실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빈혈도 생겼고, 어지러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셨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냥 "생리통이 원래 좀 심하신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자궁선근증의 전형적인 증상이었습니다.
자궁선근증의 주요 증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진통제를 복용해도 호전되지 않는 심한 생리통(월경통)
- 출혈량이 과도한 월경과다 — 이로 인한 철결핍성 빈혈
- 덩어리혈(혈괴)이 동반되는 부정출혈
- 골반 안쪽 전반에 퍼지는 만성 골반통 및 성교통
- 난임, 반복 유산, 임신 유지 어려움
특히 난임과의 연관성은 간과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자궁내막 조직이 근육층 안으로 파고들면 자궁 환경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착상이 어려워지거나 임신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출처: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 엄마도 제 동생을 낳을 때 이미 선근증이 진행 중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던 거죠.
또 하나 제가 직접 느낀 부분은, 엄마 스스로 이 증상들을 "그냥 원래 내 몸이 이렇다"고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기셨다는 점입니다. 증상이 일상이 돼버리면 이상하다는 신호를 놓치게 됩니다. 주변에 생리 때마다 진통제를 달고 사는 분이 있다면, 한 번쯤 검사를 권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치료하나요
엄마가 처음 증상이 심해졌을 때 찾아간 작은 병원에서는 "자궁적출술을 해야 한다"고 바로 말했습니다. 제가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적출이라는 선택지가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다행히 엄마가 여러 병원을 돌아보셨고, 결국에는 다른 방향으로 치료를 결정하셨습니다.
진단 방법부터 보면, 1차 검사는 자궁 초음파입니다. 자궁벽이 두꺼워진 양상을 확인하고,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골반 MRI 검사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골반 MRI란 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자궁벽 비후(자궁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상태) 정도와 자궁내막 조직의 침투 범위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검사입니다. 100% 확진은 수술 후 병리 조직 검사로 이루어지지만, 임상에서는 MRI 결과와 증상을 종합해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료는 증상 정도, 나이, 임신 계획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약물 치료로는 자궁내 호르몬 피임 장치인 미레나(Mirena, 레보노르게스트렐 방출 IUD)를 삽입하거나, 경구 호르몬제(피임약), 또는 디에노게스트 성분 호르몬제를 복용해 생리량과 생리통을 조절합니다. 여기서 디에노게스트(dienogest)란 프로게스테론 계열 호르몬제로, 자궁내막 조직의 성장을 억제해 월경과다와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약물 치료는 자궁선근증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출처: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임신 계획이 없고 증상이 너무 심한 경우, 최종적으로는 자궁적출술이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가 됩니다. 비수술 옵션으로는 자궁동맥색전술(UAE, Uterine Artery Embolization)도 있는데, 자궁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선근증 조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엄마는 결국 미레나 시술을 선택했고, 시술 후에는 생리량도 거의 없어지고 통증도 많이 줄었다고 하셨습니다. 의사마다 의견이 달랐던 것도 사실이고, 어떤 선생님은 "장기는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 임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궁을 쉽게 떼는 건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엄마에게 많은 위안이 됐다고 하셨습니다.
치료 후에도 추적관찰을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엄마가 미레나 시술을 하고 나서 한동안 증상이 나아지자, 병원을 끊으셨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고 엄마한테 근황을 물어봤을 때, "미레나 하고 나서 몇 년째 추적관찰을 안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당연히 계속 다니고 계신 줄 알았거든요.
자궁선근증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꽤 진행된 뒤에야 극심한 통증과 출혈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줄었다는 건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 질환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미레나는 선근증 자체를 없애는 시술이 아니라 호르몬을 통해 증상을 관리하는 도구입니다. 자궁 안에 새로운 근종이 생기거나, 기존 선근증이 다시 진행될 수 있고, 미레나 장치 자체의 교체 주기도 확인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어른들에게서 자주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아프면 병원 가고, 괜찮아지면 끊는 것이요. 하지만 자궁선근증처럼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질환은 추적관찰(follow-up)이 치료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추적관찰이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초음파나 MRI 등으로 질환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진행이 오래될수록 치료 선택지가 줄어들고, 어떤 경우에는 결국 자궁적출이라는 선택지만 남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날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엄마 외래 예약을 잡아드렸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나도 미레나 하고 병원 안 간 지 꽤 됐는데"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그게 지금 병원 예약을 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궁근종이랑 자궁선근증이 동시에 있을 수도 있나요?
A. 네, 실제로 두 질환이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희 엄마도 자궁근종 수술 이후 추적관찰을 하다가 근종이 재발하면서 동시에 자궁선근증이 확인됐습니다. 두 질환 모두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가지가 있다면 다른 하나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자궁선근증이 있으면 무조건 자궁을 떼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증상의 정도, 나이, 임신 계획에 따라 미레나 삽입이나 디에노게스트 복용 같은 호르몬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궁적출술은 임신 계획이 없고 증상이 매우 심할 때 완치를 목적으로 고려하는 최후의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여러 병원에서 자문을 구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Q. 미레나 시술 후 추적관찰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요?
A.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시술 후 1~3개월 내에 첫 확인 진료를 하고, 이후에는 6개월~1년 단위로 초음파 추적관찰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병원을 끊는 것은 위험합니다. 미레나 장치 자체도 교체 주기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 자궁선근증이 있으면 임신이 아예 불가능한가요?
A. 임신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임이나 유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자궁선근증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너무 늦지 않게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수술보다는 호르몬 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면서 임신을 먼저 계획하는 방향을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자궁근종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자궁선근증은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엄마의 병력을 따라가다 보니, 이 두 질환은 이름만 비슷할 뿐 발생 원리도, 치료 방향도 다르고, 방치했을 때의 결과도 다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 후 관리를 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생리통이 너무 심하거나, 생리량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골반 통증이 지속된다면 그냥 참지 마시고 산부인과를 찾아가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이미 자궁 질환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신 분이라면, 증상이 나아졌더라도 추적관찰은 꼭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선택지가 많을 때 결정하는 것이, 선택지가 줄어든 뒤에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