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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내과 전문의가 "술보다 과당을 먼저 없애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술을 거의 안 마시면 간 걱정은 없다고 막연히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지방간의 원인 1순위가 바뀌고 있고, 그 중심에 우리가 매일 마시는 음료와 간식이 있었습니다.
지방간, 이제 술 문제가 아닌 이유
지방간 하면 가장 먼저 술이 떠오르는 분,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의학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름 자체를 바꿔가고 있었습니다.
2020년대 이후 간학회는 기존의 '비알코올성 지방간(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 질환(MASLD,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으로 공식 변경했습니다. 여기서 MASLD란 간에 지방이 쌓이는 현상이 단순히 술이나 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 이상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간이 망가지는 원인이 '생활습관 전체'로 확장된 셈입니다.
이름 하나가 바뀐 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상당히 상징적인 변화라고 저는 봅니다. 실제로 젊은 세대의 음주율은 줄어드는 반면, 배달음식과 디저트, 액상과당 음료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비만과 대사질환에 기인한 지방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저도 평소 단 음료나 간식을 딱히 절제하지 않았던 편인데, 이 부분을 알고 나서 생활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BMI(체질량지수)가 35를 넘으면 90% 이상이 지방간을 가지고 있다는 수치는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BMI란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입니다(출처: WHO Obesity Fact Sheet).
과당이 왜 술보다 더 위험하다는 건가
많은 분들이 지방간을 "지방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합니다. 제가 직접 이 내용을 접하기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고지방 음식을 줄이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단순하게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 메커니즘은 다릅니다. 지방간이란 몸이 소화하고 소비할 수 있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섭취했을 때, 남는 에너지를 간이 지방 형태로 저장하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원인이 지방 섭취 자체가 아니라 '칼로리 과잉'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칼로리 과잉을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과당(fructose)입니다.
과당이란 과일이나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단당류로, 포도당과 달리 간에서 직접 대사됩니다. 쉽게 말해 과당은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아서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히 액상과당이 들어간 음료, 가공 과자류 등 초가공식품을 통한 과당 섭취가 늘어날수록 간에 부담이 커집니다.
전문의가 "술과 과당 중 하나만 없앨 수 있다면 과당을 없애겠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닙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매일 과당을 통해 간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 뜨끔했는데, 술은 거의 안 마시면서도 단 음료는 습관처럼 마셔왔으니까요.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지점은 지방간 환자의 약 30%가 비비만 지방간, 즉 겉보기에 뚱뚱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근육량이 적거나 기초대사율이 낮은 경우, 소식을 하더라도 몸이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면 지방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는 날씬하니까 괜찮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믿음인지 이 사실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지방간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
- BMI 30 이상의 과체중·비만 (BMI 35 초과 시 지방간 확률 90% 이상)
- 과당 및 초가공식품의 일상적 섭취
- 당뇨·고지혈증 등 대사 이상 질환 동반
- 근육량 부족으로 인한 낮은 기초대사율
- 간수치(AST, ALT, 감마GTP)가 정상이어도 지방간이 존재할 수 있음
지방간은 대부분 증상이 없습니다. 피로감이 있다고 해도 그게 지방간 때문인지 단순 피로 때문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건강검진의 혈액 수치만 믿지 말고, 위험 요인이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간 초음파(abdominal ultrasound)까지 확인해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간 초음파란 복부 초음파를 이용해 간의 지방 침착 정도와 섬유화 여부를 비침습적으로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지금 치료·관리법,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왔나
지방간은 방치했을 때 어떻게 될까요? 단순히 간에 기름기가 낀 상태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는 점이 진짜 문제입니다. 오래 방치하면 간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반복되면 간이 서서히 굳어가는 간경변증(liver cirrhosis)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간경변증이란 간 조직이 반복적인 손상으로 딱딱한 섬유 조직으로 대체되어 정상 기능을 잃어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더 나아가 간경변은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의 주요 위험인자가 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암으로 진행된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임상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한 주에 여러 건씩 나온다는 이야기는 저에게도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1순위는 체중 감량입니다. 식단과 운동 모두 결국은 체중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식단 중에서는 지중해식 식사(Mediterranean diet)가 현재까지 유일하게 지방간 호전 효과를 공식 인정받은 식단입니다. 지중해식 식사란 채소, 통곡물, 올리브오일, 생선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식이 패턴으로,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심혈관 및 대사 질환 개선 효과가 확인됐습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PREDIMED Study).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도 최근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이란 일정 시간 동안 음식 섭취를 제한해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지방 대사를 촉진하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효과적인 이유도 결국 칼로리 제한을 잘 실천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약물 측면에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즉 위고비(Wegovy)가 FDA로부터 대사 이상 지방간 질환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을 받았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로, 원래 당뇨·비만 치료에 사용되다가 체중 감소를 통해 간 섬유화와 염증 개선 효과까지 확인된 것입니다. 또한 레스메티롬(resmetirom)이라는 약물도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를 간에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간 내 지방 대사를 촉진하는 기전으로 첫 번째 전용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아직 국내 처방은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커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블랙 커피는 하루 3잔 이상 마실수록 간 지표 개선 효과가 용량 의존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가 다수 있고, 미국 간학회(AASLD) 가이드라인에도 지방간 환자에게 커피를 권장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단, 믹스 커피나 가당 음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을 안 마시는데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비음주자의 지방간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당 섭취, 칼로리 과잉, 대사 이상, 근육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혹시 비만이거나 당뇨가 있다면 간 초음파 한 번쯤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Q. 간수치가 정상이면 지방간이 없다고 봐도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간이 있어도 AST, ALT, 감마GTP 같은 간 효소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혈액 검사만으로는 지방 침착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BMI가 높거나 대사 이상이 있다면 간 초음파 검사를 따로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지방간 치료에 저탄고지 식단이 효과적인가요?
A.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식단은 지중해식 식사 하나입니다. 저탄고지 식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식단의 종류보다 칼로리 제한이 실제로 이루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방법보다 결과, 즉 체중이 줄어드는가가 핵심입니다.
Q. 운동만 열심히 해도 지방간이 좋아지나요?
A. 운동만으로도 혈당, 콜레스테롤, 간수치 등 주요 지표가 개선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지방간이 눈에 띄게 호전되려면 최소 6~7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운동이 체중 감량의 주된 수단이 되기는 어렵지만, 대사 건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커피가 지방간에 진짜 도움이 되나요?
A. 다수의 연구에서 블랙 커피는 하루 2~3잔 이상 마실 경우 용량에 비례해 간 지표가 개선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도 유사한 효과를 보여, 카페인보다 커피 자체의 복합 성분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 이는 치료제가 아니므로 술이나 과당 섭취를 상쇄해주지는 않습니다.
결론
"술 안 마시면 간은 괜찮겠지"라는 생각,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방간의 주요 원인이 이미 과당과 대사 이상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 믿음이 꽤 위험한 안심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방간은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술도 안 마시고 건강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간경변이나 간암 진단을 받는 사례가 실제로 늘고 있습니다. 비만이거나 당뇨가 있는 분, 특히 50대 이상이라면 건강검진 혈액 수치만 믿지 말고 간 초음파까지 한 번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 오늘 마신 단 음료 한 잔부터 한번 다시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