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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하나로 암을 90% 넘게 막을 수 있다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러다 직접 병원에서 중증 환자분들을 마주하게 됐고, 그날 이후 바로 접종 예약을 잡았습니다. 자궁경부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기 쉬운 암이지만, HPV 백신이라는 강력한 예방 수단이 있습니다. 제가 3차 접종까지 마치며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HPV가 뭔지도 몰랐던 제가 접종을 결심한 이유
HPV(Human Papilloma Virus), 우리말로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여기서 유두종 바이러스란 피부와 점막을 통해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현재까지 100여 종이 넘는 유형이 확인된 바이러스군을 말합니다. 이 중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군과, 성기 사마귀(콘딜로마)를 일으키는 저위험군으로 나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주변에서 HPV 얘기를 꺼내면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 걸리는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았고요. 그런데 실제 감염률을 보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국내 여성의 약 30~38%가 HPV에 감염된 경험이 있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출처: 질병관리청), 이 바이러스는 특정 집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HPV 감염 자체는 증상이 없습니다. 저위험군에 감염되면 뭔가 만져지거나 가려운 증상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있고, 고위험군은 암으로 진행된 뒤에야 관계 시 출혈 같은 신호가 나타납니다. 치료제도 아직 표준화된 것이 없습니다. PCR 검사로 어떤 유형에 감염됐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없애는 약은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병원에서 정말 많이 아픈 분들을 보면서 느낀 건,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라면 예방이 전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 고위험군 HPV: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등과 연관
- 저위험군 HPV: 성기 사마귀(콘딜로마) 주로 유발, 암과의 연관성은 낮음
- 감염 경로: 성 접촉이 대표적이나, 피부 접촉만으로도 감염 가능
- 진단 방법: 질 분비물 또는 자궁경부 세포 채취 후 PCR 검사
9가, 4가, 2가… 예방 효과가 이렇게 다릅니다
HPV 백신을 가다실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접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처음에 4가 백신을 접종했다가 나중에 9가 백신이 나온 걸 알고 추가로 맞은 케이스입니다. 이 숫자들이 뭘 뜻하는지 처음에는 헷갈렸는데, 간단히 말하면 예방할 수 있는 HPV 유형의 개수입니다.
9가 백신은 고위험군 7종과 저위험군 2종, 총 9가지 HPV 유형을 예방합니다. 자궁경부암 기준으로는 약 90%, 질암 약 90%, 외음부암 약 80%, 항문암 약 95%의 예방 효과가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WHO 예방접종 정보). 4가 백신은 4가지 유형을 예방해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약 80% 수준입니다.
접종 스케줄도 백신 종류와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만 9세에서 14세에 접종하면 항체 생성률이 높아 2회 접종으로 완료가 가능합니다. 그 이후 연령에서는 3회 접종이 필요한데, 2가 백신은 접종 후 1개월, 5개월 뒤에 맞는 스케줄이고, 4가·9가 백신은 접종 후 2개월, 4개월 뒤에 맞습니다. 총 6개월이 걸린다는 건 동일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백신 교차 접종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1년 안에 접종을 완료하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미 HPV에 감염된 적이 있는데 맞아도 의미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신데,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9가지 유형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HPV는 감염돼도 혈관 항체가 잘 생기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백신을 통해 새로운 항체를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지금 맞아도 늦지 않았을까요
저는 1차 접종을 하러 갔다가 담당 의사에게서 "이 나이에 맞으면 항체 형성이 떨어진다."는 뉘앙스의 말을 들었습니다. 순간 '내가 너무 늦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항체 역가(Antibody Titer), 즉 몸에서 항체가 얼마나 강하게 만들어지는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26세 이전에 가장 높게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26세가 넘거나 출산을 했다고 해서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경우 만 45세까지 허가된 백신이고, 50대 이후에도 유의미한 항체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새로운 파트너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한, 언제 맞아도 얻는 이득이 더 큽니다. 국가 예방접종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만 11~12세) 여아를 대상으로 무료 지원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남아에 대한 국가 무료 접종은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영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남녀 모두에게 국가 접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출산 직후 접종 시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산후 4~6주 검진 시점에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면역력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 즈음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유 수유 중에도 접종이 가능합니다. 임신 중에는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권고하지 않지만, 임신인 줄 모르고 맞았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하시는데, 가장 흔한 건 접종 부위 통증과 근육통입니다. 청소년에게서 어지럼증이나 실신이 간혹 나타나기도 해서 접종 후 10분은 대기실에서 앉아서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과거 일본에서 신경계 부작용 이슈가 크게 불거진 적이 있었는데, 이후 추가 연구에서 백신 자체와의 연관성은 없다는 결론이 났고 일본은 2021년부터 접종을 재개했습니다. 당시 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오히려 올라갔다는 사실이 그 결론을 더 뒷받침해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HPV 백신, 성 경험이 있어도 맞는 게 의미 있나요?
A. 의미 있습니다. 9가지 HPV 유형을 모두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아직 감염되지 않은 유형에 대해서는 충분한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HPV는 감염돼도 몸에서 항체를 스스로 잘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이미 한 번 걸렸다가 자연 소멸된 유형에 대해서도 백신을 통한 항체 형성이 필요합니다.
Q. 콘돔을 쓰면 HPV 감염을 막을 수 있지 않나요?
A. 콘돔은 성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HPV를 완전히 막지는 못합니다. HPV는 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데, 콘돔이 덮지 못하는 부위에도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신과 콘돔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예방 커버를 가장 넓히는 방법입니다.
Q. 9가 백신과 4가 백신, 어떤 걸 맞아야 하나요?
A. 가능하다면 9가 백신을 권장합니다. 예방 가능한 HPV 유형이 4가지에서 9가지로 늘어나고,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도 80%에서 90%로 높아집니다. 비용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의 가능성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입니다.
Q. 접종 중간에 일정을 놓쳤으면 처음부터 다시 맞아야 하나요?
A. 앞뒤로 한두 달 정도는 허용 범위 안에 있습니다. 다만 1년 안에 3차 접종을 완료하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일정을 놓쳤다면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기보다 담당 의사와 상담해서 재개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Q. HPV 백신 맞고 나서 부작용이 심한가요?
A. 대부분은 접종 부위 통증이나 가벼운 근육통 수준입니다. 청소년의 경우 긴장으로 인한 어지럼증이나 실신이 간혹 있어서 접종 후 10분은 대기실에서 머무는 것을 권장합니다. 아나필락시스 같은 중증 반응은 매우 드물며, 과거 일본에서 이슈가 됐던 신경계 부작용은 이후 연구에서 백신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결론
제가 3차 접종까지 마치고 나서 드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예방 가능한 암이 있는데 안 맞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릴수록 항체 역가가 잘 형성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어떤 나이이든 아직 맞지 않으셨다면 가까운 산부인과나 내과에 문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께는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아파도 금방 낫고, 비싼 주사가 당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나이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경험상, 그 시기에 맞혀놓는 것이 나중에 치료비로 쓸 돈보다 훨씬 근거 있는 투자입니다. 자궁경부암 발병률 세계 2위라는 통계가 남 얘기가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